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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건강, 뇌 보호를 위한 케톤 식이요법

by 북스메리 2022. 5. 13.

뇌에 연료 공급하기

세포의 '엔진', 즉 에너지를 공급하는 세포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인간의 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연료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하다. 용적으로 따지면 몸 전체의 2~3%에 불과하지만 기초대사량의20~25%를 차지하니 말이다. 이 말은 우리가 들이쉬는 산소와 먹는 음식의 4분의 1은 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대사 작용에 공급할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험 공부를 하든, 발표 준비를 하든, 아니면 휴대폰으로 좋아하는 앱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든, 뇌에서 마라톤을 달릴 때의 다리 근육과 동일한 속도로 연료가 소모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우리가 맞은 대부분의 건강상 위기가 연료 부족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뇌에는 연료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 

뇌에 상한 먹이를 주지 말라

우리 뇌의 연료가 되는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은 여러 측면에서 휘발유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먼저 포도당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온다. 갓 구운 발효 빵이든, 타지 않게 구운 감자든, 달콤한 파인애플 한 조각이든, 모두 포도당이다(정확하게 말해 파인애플은 포도당과 과당이 섞여 있다). 탄수화물을 자주 먹으면 포도당이 뇌의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가 포함된 복잡한 연소를 통해 당분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이 과정은 '산소성 대사'라고 불리며 이 대사 과정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런데 휘발유를 쓰면 배기가스가 나오듯 이런 연소 과정에서 부산물이 생성된다. 포도당 대사 부산물 중 하나는 '활성산소' 혹은 '자유라디칼'이라 불리는 화합물이다. 이는 손상된 분자다. 자유라디칼이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운동을 하는 중에는 일시적으로 자유라디칼이 급증하는데, 이때 자유라디칼이 강력한 신호 체계로 작용해서 해독 작업에 나서도록 강력히 유도한다. 우리 몸의 상태가 아주 좋을 때는 이 화합물을 처리할 능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자유라디칼이 과잉 생성되는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가 가진 능력으로 이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없게 되고, 노화 관련 증상을 부르는 위해한 작용이 촉발된다.

 

뇌에 산화 스트레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 병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어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자폐증, 심지어 우울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더 오래 지속 가능한 '대체연료'를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미 과학자들이 1960년대 중반에 고대인의 삶을 연구하며 모든 사람들의 몸속에 숨겨져 있던 연료의 원천을 발견했다.

 

 

 

뇌가 스스로 청소할 수 있다면

우리가 식사를 통해 얻은 열량을 완전히 소비하면, 뇌는 대체 연료를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간에 도움을 요청한다. 간이 몸에서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다시 말해 끝도 없이 많은 중요한 화학물질과 연료를 챙기고, 실어 나르고, 저장하고, 처리하는 '다목적 하이테크 제조 공장'을 떠올리면 된다. 간은 그 외에도 글리코겐이라는 몸에 저장된 당 분자에 작은 완충장치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간에 저장된 포도당이 다 떨어지면 뇌는 굶주린 식인 동물처럼 먹을거리를 찾는 데 혈안이 된다. 이런 상태가 바로 사람들 대부분이 경험하는 배가 고프면 화가 나는 상태로, 영어로 헝그리와 앵그리를 합해 '행 그리 Hangry'라는 애정 어린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간은 글루 코네오 제네시스, 즉 '포도당 신생합성' 과정을 촉발한다. 자연 최고의 재생 공장인 간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 몸에 당이 떨어지면, 오래되고 닳아서 못쓰게 된 단백질을 끌어모아 그것들을 아미노산 성분으로 분해한 뒤에 태운다. 이렇게 되면 뇌는 에너지를 공급받고, 몸은 깨끗해진다. 인체가 세포를 회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집 안 청소'를 하는 이러한 능력은 '자가포식'이라고 불리며,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최근 상당히 관심 있게 다뤄지고 있다.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배를 가득 채우고 비운다면, 자가 포식 작용은 날마다 일어난다. 그러나 생물학적인 견제와 균형의 체계가 확고하지 못할 경우 순식간에 감당 못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기근이 든 시기에는 근육을 분해하는 방법으로는 시간을 별로 벌지 못한다. 뇌의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단백질로만 채운다면, 비참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결국 10일 정도가 지나면 사망에 이를 것이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시기에는 '성장 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성장 호르몬은 많은 역할을 하는데, 성인의 경우에는 음식이 체내에 공급되지 않는 시기에 제지방(체중에서 체지방을 뺀 것)을 보존하는 것이다. 즉 단백질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것을 막는 임무다. 금식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성장 호르몬은 최대 2,000%까지 치솟아서 몸의 근육이 분해되는 것을 막고 대신 지방을 태우는 과정을 활성화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반면 지방은 연료로 쓰이기 위해 존재한다. 지방은 우리 몸의 장작과 같은데, 지방 1파운드(약 450g)에는 뇌에 공급할 수 있는 열량 3,000kcal 이상이 들어 있다. 

피부 밑과 허리 주위에 쌓인 지방이 음식을 먹지 않는 기간에 분해되면, 지방산이 혈류로 방출되어서 간에서 케톤체 혹은 케톤이라고 불리는 에너지원으로 바뀐다. 케톤은 뇌세포들이 쉽게 가져다 쓸 수 있고, 뇌 에너지 필요량의 최대 60%까지 공급할 수 있다. 케톤 연구의 선구자인 리처드 비치는 2004년에 발표한  한 연구에서, "케톤체는 '슈퍼 연료'라는 직함을 받을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케톤을 생성하는 식이요법

케톤 생성 식이요법은 시간 제한 식사법을 따르거나 열량 섭취를 줄이지 않고도 케톤 생성을 급격히 증가시킬 최고의 수단이다. 이 식이요법은 탄수화물의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해서 인슐린 분비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열량의 60~80%를 지방에서, 15~35%는 단백질에서, 약 5%를 탄수화물에서 얻는다. 케톤 생성 식이요법을 따르는 사람들은 달콤한 과일, 곡물, 전분이 많은 채소 등의 탄수화물의 밀도가 높은 식품은 모두 금해야 한다.

 

케톤 생성 식이요법은 특히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뇌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어서 뇌전증의 유력한 치료법으로 80년 넘게 사용되어 왔다. 그 효력이 워낙 강력하고 안전성이 높다 보니, 이 식이요법은 현재 다른 수많은 신경 질환의 치료법으로도 검토되고 있다. 편두통,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은 모두 뇌의 과도한 염증과 관련이 있는 질환이다. 이론적으로 케톤은 이런 모든 증상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케톤 생성 식이요법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기억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결국 신경 질환을 치료하든,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물질대사를 재설정하든(식이요법을 시작한 지 하루만 지나도 평균적으로 몸을 순환하는 인슐린 양이 반으로 줄고 포도당 조절 능력이 개선된다), 몸에 축적된 지방을 줄이려는 목적에 사용하든, 케톤 생성 식이요법에는 상당한 잠재력이 있어 현재 관련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뇌를 바꾸는 지니어스 플랜

'지니어스 플랜'은 케톤 생성 식이요법에서 파생된 식이요법이다. 지니어스 플랜은 저탄수화물 식사와 간헐적인 단식을 결합해서 뇌에 공급되는 케톤의 양을 늘린다. 하지만 신경학 관련 논문들에서 설명하는 케톤 생성 식이요법과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일반적인 케톤 생성 식이요법은 현재 급성장 중인 과학 연구 분야이자 우리가 다음 장에서 다룰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로, 주로 장내 미생물군을 의미한다)을 고려하지 않는다.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유익한 효과를 얻으려면 섬유질이 많은 여러 종류의 야채를 풍부하게 섭취해야 한다. 비록 야채에 소량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지니어스 플랜은 이런 야채들을 식단에 포함시킨다. 야채에는 우리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비타민과 미네랄도 많이 들어 있다. 또 하나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지방의 종류다. 전문서적과 논문에서 제시하는 케톤 생성 식이요법은 단순히 섭취해야 할 지방의 양을 따진다. 반면 지니어스 플랜은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적정 비율을 고려하고 식단을 그에 맞게 조절한다.

그리고 뇌 건강을 도모하는 모든 치료법이나 예방 요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지니어스 플랜도 운동의 중요성을 고려한다. 장기간 케톤 생성 식이요법을 따르다 보면 케톤이 과잉 생성되어 '만성 케톤증'이 생길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고강도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거나 근육의 양을 늘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근육을 보존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 일이며 뇌의 기능 개선과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일반적인 케톤 생성 식이요법에서는 운동 이후의 탄수화물 섭취를 일절 권장하지는 않지만, 지니어스 플랜에서는 일단 대사 유연성이 회복되었다면 운동능력, 물질대사, 호르몬, 지방질을 최적의 범위 내에서 유지시키기 위해 운동 직후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을 일부 허용한다. 

 

뇌 기능을 최적화하는 식이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영양이 풍부한 식품(달걀, 아보카도, 녹색채소, 견과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호르몬 불균형, 산화스트레스, 염증을 유발하는 식품(가공 오일, 곡류 식품 등)은 피하는 것이다. 가공된 고밀도 탄수화물과 오일에 작별을 고하면 다음처럼 반가운 증상이 즉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1. 살이 빠진다. 인슐린 자극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몸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쓸 기회가 생긴다. 앞서 살펴보았듯 인슐린은 몸의 지방 세포에 한쪽 방향으로만 열리는 밸브 역할을 하는 동화(성장) 호르몬으로 인슐린 수치를 낮추는 것은 지방 연소의 선제 조건이다.
  2. 에너지와 활력이 증가한다. 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사람은 당을 섭취하면 정신력이 증진되는 것을 흔히 경험한다. 그렇다면 당에 신체 기능을 증진하는 효능이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그저 금단 현상이 사라진 것뿐이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건강 개선 효과를 얻을 최선의 방법은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3. 당뇨전증, 대사증후군,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 췌장이 분비해야 할 인슐린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최적의 인슐린 민감성을 키운다. 당뇨전증이나 제2형 당뇨병이 있다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사 기능이 정상인 통제 집단에 비교했을 때, 인슐린 저항성이 큰 집단은 뇌에 플라크가 더 많이 형성되고 인지 지능이 더 나빠졌다. 일반적으로 당뇨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적당량의 곡물이 포함된 식단과 채소와 건강한 지방으로만 구성한 식단의 인슐린 저항성을 비교한 연구들은 후자의 곡물을 배제한 식단이 건강 증진의 효과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4. 글리케이션과 AGE가 덜 생긴다. AGE는 노화를 촉진하는 노화 독소다. 눈, 신장, 뇌, 간, 심장을 보호하는 효과 외에도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축 늘어지는 현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5. 염증이 줄어든다. 염증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을 포함한 많은 퇴행성 신경 질환의 공통분모다. 염증은 더 나이 들어 보이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도 더 늙게 만든다.
  6.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들과 더 잘 어울리게 된다. 염증은 '질병 행동'을 유발한다. 질병 행동은 증상 악화를 막고 병의 치유를 도모하기 위해 사회적인 관계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몸의 자발적인 작용이다. 이런 행동은 인지 기능 감퇴, 우울증, 무기력증, 집중력 감퇴, 불안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7. 배고픔을 잊게 된다. 뇌에 포도당만 계속 공급할 경우, 포도당이 떨어지면 뇌는 즉시 '연료를 달라!'라고 비명을 지른다. 그렇지만 몸에는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축적된 지방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우리에게는 그 지방을 태울 기회가 있다.
  8. 채소를 더 많이 먹게 된다. 채소에 들어 있는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은 뇌가 더 빨리 움직이고, 치매가 생길 위험이 줄어드는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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