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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개소리, 속임수 탐지하라

by 북스메리 2022. 4. 14.

책 표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가짜 뉴스, 소셜미디어상의 단편적인 의견들, 흥미롭지만 사실인지 입증되지 않은 이론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는 반면에, 과학, 회의론, 고풍스러운 비판적 사고에 대한 관심은 감소하고 있다. 개소리를 탐지하고 폐기하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개소리가 미치는 달갑지 않은 많은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  과학적 추리와 비판적 사고는 진실을 발견하고, 지혜를 얻고, 세상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아주 훌륭한 도구이다.

 

기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와인 시장

사람들은 와인의 질이 가격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흔히 가정한다. 마케터들이 비싼 와인처럼 들리게 만들려고 고급화 전략을 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많은 상품이 그렇듯 와인도 베블런 재 Veblen goods이다. 베블런 재는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사치품을 가리킨다. 베블런 재는 비싸기 때문에 수요가 발생한다.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가격을 경험 법칙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특별한 행사에 쓰려고 와인 한 병을 구입할 때는 더 비싼 와인의 맛이 더 좋으리라고 추측하기 때문에 한 병에 25달러짜리보다는 80달러짜리 와인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소속 행동경제학자인 코코 크럼은 와인 전문 리뷰와 와인 가격의 관계를 더욱 면밀히 조사했다.

먼저 원문을 분석해 단일 단어와 특유한 단어 조합이 리뷰에 등장하는 빈도를 조사했다. 그러자 값싼 와인을 나타내는 단어와 값비싼 와인을 나타내는 단어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리뷰에서는 값싼 와인을 나타내는 단어(예: 즙이 많은, 과일 향이 강한, 수확량, 깨끗한, 맛있는, 좋은)를 더 자주 사용하고, 최고급 와인을 나타내는 단어는 상대적으로 더 적게 사용하면서 이따금씩 새로운 어휘를 만들어 썼다. 값싼 와인은 즐겁고, 상쾌하고, 유쾌하다고 묘사하면서 치킨이나 피자 같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에 곁들여 마시라고 추천했다. 값비싼 와인은 좀 더 진한 단어(예: 강렬한, 유순한, 감칠맛 나는, 연기 향이 나는), 단일 풍미를 나타내는 단어(예: 담배, 초콜릿), 특권층을 암시하는 단어(예: 오래된, 우아한, 큐베)로 묘사하면서 갑각류와 샤토브리앙 스테이크 같은 좀 더 비싼 요리에 곁들여 마시라고 추천했다. 

사람들은 보통 와인의 맛이 나이가 들수록 좋아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와인은 놔뒀다가 마시지 않는 게 좋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와인 맛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숙성시키기 위해 병에 담긴 와인은 소수에 불과하고, 이때 가격은 정말 열성적인 와인 팬이라면 모를까, 누구에게나 터무니없이 비싸다. 따라서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면 미개봉 상태로 보관한다고 해서 맛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검토하고 나서 도출할 수 있는 합리적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와인업계에서는 판매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미국 시장 규모는 700억 달러 이상이고, 세계 시장규모는 3500억 달러 이상인 와인 세계에서는 와인 관련 개소리는 와인 판매자들에게 유용하지만 소비자의 지갑에는 무용하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더 이상 값싼 와인을 사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와인 소매업자들은 다음 두 가지 규칙을 적용해 와인을 고른다. 첫째, 맛이 좋은 와인을 고를 것. 둘째,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의 와인을 고를 것.  두 규칙 모두 합리적이다. 당신도 이 규칙을 적용하면 현명하게 와인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개소리에 지갑을 여는가

개소리 분석가인 나는 마크업이 합리적으로 적용되는지 더 관심이 갔다. 이점을 판단하려면 비교 표준으로 작용할 기준점이 필요하다. 내 기준점은 대부분의 품목에서 승인받은 소매 마크업이 50~100퍼센트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매업체가 제품을 제공하거나 배송하느라 쓰는 비용의 약 2배를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부과한다는 뜻이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구매할 경우에 적용되는 마크업은 약 400퍼센트이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절약하겠다고 와인 대신 탄산음료를 주문한다. 그러나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탄산음료의 마크업은 1000퍼센트 이상으로 터무니없이 높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에는 대부분 마크업이 포함되어있다. 이때 사업비를 충당하고 합리적 이익을 내는 수준을 넘어서면 '개소리 마크업'이다.

딜러 관점에서 생각하면 개소리 마크업은 금상첨화이거나 주요 소득원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개소리 마크업을 지불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미국에서 신용 사기 형태로 소비자가 지출하는 개소리 마크업은 연간 8억 달러가 넘고, 고발 장을 제출한 사람들의 1인당 평균 손실액은 6000달러를 넘어섰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라는 더 바람직한 방법 대신 개소리 마크업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이유로 다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첫째, 진실보다 개소리를 선호하고 둘째,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셋째, 추론하기 앞서 직관과 느낌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유 1 :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개소리에 저항해 싸우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쉬울 때가 있다. 특히 자신의 세계관이나 자신이 바라는 상황과 개소리가 일치할 때 진실보다 개소리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이유 2: 사실로 가정하는 경향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이나 정보를 접했을 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경향을 '진실 기본값 이론'이라고 부른다. 의사소통을 할 때 역시 진위 여부보다는 일단 상대방 말을 정직하고 진실하다고 소극적으로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가정 때문에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고 정확한 신념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속임수에 취약해지기도 한다.

 

이유 3: 빠른 직관력과 느린 이성

사회심리적 증거를 추적해보면 사람들은 '설명'을 자주 지어내면서도 어째서 그렇게 느끼는지, 어떻게 그런 판단을 했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이성적으로 생각한 결과라고 믿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직관과 느낌이 판단과 결정을 형성하고, 추론은 이러한 판단과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중에 따라온다.

 

우리는 왜 개소리에 혹할까

사람들이 개소리에 이토록 취약한 원인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이러한 질문의 토대를 다루는 심리학적 연구는 상당히 진전되었다. 심리학적 연구는 사람들이 개소리에 취약한 원인을 개인적, 맥락적, 인지적, 정서적, 동기유발적 요소로 나누어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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