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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음식의 깊은 지식속으로

by 북스메리 2022. 4. 13.

책 표지

식탁 위를 가로지르는 세계사가 있다고 한다면 너무 거창하게 들릴까? 요리에는 각 가정과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다. 오늘날은 세계 각지의 식문화가 보다 빠르게 교류하여 섞이는 시대이다. 맛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은 역사 속의 여러 장면에 찾을 수 있고, 그 탐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음식과 연관 지어보면, 네 번의 사회적 격변이 새로운 기원을 열었고 새로운 식자재와 요리 군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식에 대한 금기

역사적ㆍ종교적으로 특정 고기를 피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육식에 관한 금기로는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돼지, 힌두교의 소,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말이 잘 알려져 있다. 힌두교도는 소에 3억 3,000만 명의 신이 깃들었다고 여겨 소고기를 피하고, 소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신성하다고 믿었다. 이에 반해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를 부정한 것으로 여겨 피했다. 이슬람교의 성전인『코란』에는 "그대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은 죽은 짐승의 고기, 피, 돼지고기, 사신에게 바친 것, 목이 졸려 죽은 동물, 맞아 죽은 동물, 추락사한 동물, 뿔에 찔려 죽은 동물, 또한 맹수가 먹은 것이나 우상 신의 석단에서 도살한 것, 내기를 이용해 나누는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이슬람교도에게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육식에 관한 엄격한 금기가 부여된 것이고, 관습에 따라 알라의 이름 아래 살해된 고기만을 식용으로 해야 한다.

 

채소가 부족한 몽골고원에서는 가축의 생피가 중요한 비타민과 영양 보충의 수단이었다. 몽골인은 가축의 피를 창자에 넣고 가열해 먹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식자재로 가장 널리 사랑받는 것은 돼지고기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는 소고기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는 양고기를 주로 먹는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전역과 중국, 멕시코 등에서는 돼지고기를 주로 먹는다. 1998년 통계로는 전 세계에서 약 9억 5,000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은 중국이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돼지에서 못 쓰는 부분은 울음소리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모든 부위를 요리에 쓴다. 중화요리는 비곗살 조리법이 특히 뛰어난데, 불과 시간을 잘 조절해 훌륭하리만큼 아름답고 먹기 좋은 요리로 만들어낸다.

 

 

맛의 토대로 구축한 세계 4대 요리권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세계의 요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구분도 가능하다.

  1. 주로 돼지고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과 기름을 사용한 요리와 특유의 보존 식품이 인상적인 중국 요리권
  2. 커리와 기(ghee, 기름)를 이용한다는 특징이 있고, 양과 닭을 주재료로 쓰는 인도 요리권
  3. 이란, 아랍, 터키 등 다수의 요리 문화가 섞여있어 복잡하지만, 양을 주재료로 강렬한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 아라비아 요리권
  4. 빵을 주식으로 하며 햄과 소시지 같은 육류 요리가 특징인 유럽 요리권

 

땅의 상징 사프란

이슬람 세계에서 널리 이용하는 고가의 향신료인 사프란은 가을에 피는 크로커스(crocus)의 암술을 모아서 만든다. 좋은 향을 내는 사프란은 진통, 발한, 부인병 등에 약효가 있으며 노란빛으로 물들이는 착색제이기도 하다.

사프란은 후일 유럽에 전해져 지중해 요리에도 널리 사용되었다. 사프란은 100g을 만드는 데 4만 개의 암술이 필요한 매우 고가의 향신료이다. 참고로 사프란은 그 양에 비례해서 15만 배의 물을 노랗게 염색할 수 있을 정도로 착색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요리의 색도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사프란 라이스는 오늘날에도 인도를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이다.

 

 

아라비아반도를 북상한 커피

커피와 관련한 최초의 기록은 10세기 초반 이슬람 세계를 대표하는 의학자 라제스가 "커피는 사지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맑게 한다"라고 남긴 것이다. 약용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커피를 달여 마시게 된 것은 13세기에 이슬람 사회에서 이단으로 치부하는 신비주의 경향의 수피 교도 가 아라비아반도의 남쪽 끝 예맨에서 수행법으로 커피를 마시면서부터라고 한다.

 

 

오일의 어원 올리브

지중해를 대표하는 식자재로 올리브를 빼놓을 수 없다. 매끈한 타원형의 이 열매는 덜 익었을 때는 염장을 하고, 검게 숙성시킨 것으로는 올리브유를 만든다. 최근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올리브유는 정제하지 않은 버진 오일(virgin oil)과 정제한 기름에 버진 오일을 넣어 사용을 쉽게 한 퓨어 오일(pure oil), 그리고 가장 처음 짜내어 산도가 낮은 엑스트라 버진 오일(extra virgin oil)) 등이 있다. 수확 직후의 잘 익은 올리브 열매는 20%가 유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스어로 올리브를 엘라 이어(elaia)라고 부르는데, 기름이란 뜻의 엘라 이온(elaion)과 유사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올리브를 기름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 증거이다. 올리브의 어원은 라틴어 올리바(oliva)인데, 오일(oil)은 올리브를 잘못 발음해 생긴 이름으로 보인다. 그리스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얼굴에 물푸레 나뭇 과로 향기가 좋은 올리브유를 부었다. 올리브는 맑고 깨끗함, 그리고 성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향신료를 혼합하여 만든 조미료, 커리

인도에는 마살라(masala)라고 하는 각종 향신료를 혼합한 조미료 종류가 있는데, 이중 가람 마살라(garam masala)로 맛을 낸 요리가 우리가 아는 카레이다. 카레라는 이름은 18세기에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이 붙인 것으로, 이후 일본이 영국 해군을 통해 이 요리를 접한 후 밥에 얹어 먹는 형태로 변형시켜 일본식으로 카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카레에 들어가는 마살라는 강렬한 황금빛의 터메릭(강황)을 중심으로 후추와 계피, 정향, 육두구 등 30~40종류에 달하는 향신료를 혼합한 것으로, 오늘날에는 매운맛을 내는 칠리를 넣기도 한다. 인도에는 각 가정마다 고유의 카레가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조합법이 있다. 인도가 향신료의 집산지였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인도에서는 이스트를 넣지 않아 납작하게 구운 빵인 차피 티나 난을 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 다양한 건더기가 든 카레에 찍어서 먹는다.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이인 터메릭은 뿌리줄기가 커지면 말린 후 가루를 내어 분말 상태의 향신료를 만든다. 

 

 

 

다채로운 장의 세계

중국에서는 콩, 곡류 해산물 등을 발효시켜서 만드는 조미료를 장(醬)이라고 총칭한다. 장은 독특한 맛과 향미를 지녔으며, 종류도 많고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조미료이다. 그런 점에서 인도의 커리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장은 여러 조미료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중요한 식재료이다.

간장은 된장에서 파생된 조미료로 액체 화한 장이다. 간장은 원래 대두를 삶을 물을 약한 불로 조려서 농축시킨 것이었다고 한다. 후한 말기에서 송대에 걸쳐서는 맑은 장을 뜻하는 장청이나 장즙 등으로 불렸는데, 된장에서 나온 국물을 뜻한 것이다. 

 

 

차를 마시는 방법

차는 처음에는 졸음을 막기 위한 각성제나 몸이 좋지 않을 때 복용하는 해독제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후추 열매

후추는 부유층이 높은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는 식자재였기 때문에 만인의 동경을 샀고 따라서 수요는 얼마든지 있었다. 후추는 열대기후에서 자라기 때문에 유렵에서는 생산할 수 없었고, 인도의 서쪽 해안과 동남아시아 도서 지역에서 길러졌다.

 

 

식품 가공업의 등장

가공식품의 증가는 사람의 입맛까지 바꿔놓았고,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일부가 되었다. '음식의 제3차 혁명'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윤만 추구하는 식품업자가 조악하게 만든 불량 식품이 등장하는 새로운 사회 문제가 대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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